스크랩  l  프린트
이순신을 욕되이 하지 마라  
이도선  l  2019-08-14 조회 : 188    

www.sunsayeon.or.kr

글쓴이
  
   이 도 선 (李 道 先)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약 칭: (사)선 사 연

2019. 08. 14.


이순신을 욕되이 하지 마라

 

  반만년 역사에서 나라를 구한 군인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이를 꼽자면 단연 이순신 장군이다. 그는 세계 해전사(海戰史)에서 유례가 없는 23전 23승의 대기록을 세운 불후의 명장이다. 아직도 세계 여러 나라 사관학교에서 이순신 장군의 전략을 가르친다는 데에서 그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일본은 조선 정벌이 실패로 돌아간 후 이순신 장군의 전략·전술 연구에 매달렸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서훈을 놓고 왈가왈부한 조선과는 딴판이다. 일본 10대 영웅의 하나인 도고 헤이하치로(東郷平八郎)는 1905년 러일전쟁 승전 후 “나를 영국 넬슨 제독에 비할 수는 있으나 ‘전쟁의 신(神)’ 이순신 제독과 견주는 것은 그에 대한 모독”이라며 무한한 존경을 표시했다.

  
나라 안팎에서 우러름을 받는 이순신 장군이 요즈음 곤욕을 치르고 있다. 피 토하는 심정으로 절규한 그의 명언들이 함부로 난도질당하는 형국이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달 “문재인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서희와 이순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한일 경제 전쟁이 터지고 나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한민국의 수재들이 가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거기서 후학들을 가르치기까지 한 사람이 도대체 서희가 누구이고 이순신이 누구인지도 모른단 말인가.

  
서희는 고려 성종 때 거란의 80만 대군이 쳐들어오자 적진에 뛰어들어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지은 끝에 그들이 요구하는 서경(西京) 이북을 떼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요충인 강동 6주를 그들에게서 넘겨받았다. 뛰어난 외교술로 손자병법의 최상책인 부전이승(不戰而勝, 싸우지 않고 이김)을 실천한 ‘외교관의 표상’이 서희다. 대법원 판결 이후 8개월이 넘도록 외교적 해결을 외면하다 아무 대책도 없이 한일 경제 전쟁에 휘말려 들어 놓고 서희를 자처하다니 뻔뻔하기 짝이 없다.

  
이순신 장군은 전쟁에 앞서 병력, 보급, 지리, 날씨, 조류 등을 꼼꼼히 따진 뒤 이길 싸움만 싸웠다. 23전 23승은 거저 얻은 게 아니라 치열한 분석과 철저한 준비를 거친 작전의 산물이란 얘기다. 그러나 문 정권이 승전의 확신을 갖고 싸움을 벌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손자는 ‘승병선승이후구전 패병선전이후구승(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겨 놓고 싸움에 나서고,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시작한 후에 승리를 얻으려 한다)’이라고 갈파했다. 말하자면 이순신 장군은 승병이고 문 정권은 패병인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감히 서희와 이순신을 참칭하다니 이들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노릇이다.

  
이순신 장군을 모독하기로는 문 대통령이 한술 더 뜬다. 그는 전남도청에 가서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며 항일을 외쳤다. 이순신 장군의 저 유명한 ‘금신전선상유십이(今臣戰船尙有十二, 지금 신에게 아직 열두 척의 전선이 남아 있습니다)’를 인용한 모양이나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이순신 장군이 원균의 모함으로 참형의 위기까지 몰렸다가 5개월 만에 풀려났으나 원균의 칠천량해전 참패로 조선 수군에 남은 배는 달랑 12척이었다. 결코 이순신 장군이 자초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도 해전을 포기하라는 어명을 어겨 가며 결사 항전의 의지를 밝힌 게 상유십이다. 한일전을 자초하다시피 해놓고 자기 입으로 상유십이 운운하다니 이만저만한 강심장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은 문 정권처럼 말만 앞세우지 않았다. 아군의 10배가 넘는 왜군 함대를 물길이 좁고 조류가 빠른 울돌목으로 유인해 싸움 한번 제대로 못 하게 만든 명량대첩만 봐도 그렇다. 문 정권이 이순신 장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미리 내부 이견을 조율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확보한 뒤에 일본의 숨통을 옥죄는 주도면밀한 작전을 폈어야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철 지난 ‘일본팔이’에 몰두하다 이리저리 차이는 ‘글로벌 호구’로 전락했을 뿐이다. ‘거북선횟집’에 가서 반일 감정이나 부추긴대서야 참된 국가지도자라 할 수 없다.

  
조 전 수석은 지난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서해맹산(誓海盟山, 바다에 맹세하고 산에 다짐한다)의 정신으로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이순신 장군을 또다시 욕보였다. 왜적을 물리치겠다는 이순신 장군의 염원을 담은 ‘진중음(陣中吟)’이란 시에서 따온 문구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문 정권 출범 이후 수없이 되풀이된 인사 참사의 장본인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어떤 결과로 귀착될지는 보나마나다.

  
‘친일’이니 ‘토착 왜구’니 하며 국민 편 가르기에 열 올리는 것을 보면 한일 경제 전쟁은 구실이고 속셈은 내년 4월 총선에 꽂혀 있는 게 분명하다. 한일 갈등이 총선에 유리하다는 여당 보고서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국가와 민족을 팔아서라도 파당의 승리만 챙기면 그만이란 편협에 소름이 끼친다. 현명한 국민이라면 ‘민족의 성웅’ 이순신 장군을 더 이상 욕되이 하는 짓을 방관해선 안 된다.

  

 

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Copyright 2009.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unsa@sunsa.or.kr

 

댓글 : 2 추천 :   비추천 :
김종우     2019-08-14 오후 5:56:07  
수고하셨습니다. 업적과 불굴의 충효사상을 받들고 기리는 것에 치중해야 하며 단순히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창강     2019-08-20 오후 8:33:37  
잘 읽고 나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름/닉네임    댓글 비밀번호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564 역사에서 배워야 할 지도자의 처신  (2) 임정덕 2019-09-09 108
563 가짜뉴스로 시작된 탈원전 정책, 국민투표에 붙이자  (1) 김영봉 2019-09-05 70
562 국가부채, 정말 문제없는가?  (1) 최종찬 2019-09-03 102
561 정의가 사라진 사회  (3) 장태평 2019-08-30 187
560 北은 막말·미사일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인가  (2) 류동길 2019-08-20 147
559 이순신을 욕되이 하지 마라  (2) 이도선 2019-08-14 188
558 냄비 속 개구리가 되지 말자  (2) 신부용 2019-08-08 327
557 감사원 개편해 재정 낭비 막을 시스템을 구축해야  (1) 최종찬 2019-08-06 124
556 프레임으로 나라 망치기  (4) 임정덕 2019-07-31 226
555 국민의 자존심을 살려 달라  (1) 장태평 2019-07-26 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