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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이 마필 자체를 제공하였을까? 그 사용권만을 제공하였을까?  
김교창  l  2019-11-25 조회 : 34    

삼성 이재용이 마필 자체를 제공하였을까, 그 사용권만을 제공하였을까?

 

 

                                                                                                                               김교창(법무법인 정률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을 가깝게 따르는 최서원(개명전 최순실)20149월 초 박근혜에게 승마선수인 자기 딸 정유라한테 고가의 마필을 지원하여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부탁을 받고 박근혜가 2014.9.15. 이재용을 만나 마필의 지원을 요구하였고, 뒤에 두 차례 그 요구를 거듭하였다. 그 요구를 받고 이재용이 2015.10.부터 2016.2. 사이에 삼성그릅 계열사를 통하여 고가의 말 세필(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매수하여 정유라한테 전용으로 사용하도록 제공하였다.

 

  2016.11.30. 특별검사(약칭 특검)가 임명되어 이재용의 마필 제공을 뇌물공여 혐의로 수사하고 2017.2.28. 이재용을 뇌물공여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하였다. 특검이 이재용을 뇌물공여 혐의 이외에도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여러 혐의로 기소하였는데, 이 중 뇌물공여 혐의가 가장 중한 혐의이다. 마필의 제공에 관하여 특검은 마필 자체 즉 그 소유권 또는 그 사용 수익 상당의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서울중앙지법이 2017.8.25. 마필 자체를 뇌물로 제공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이재용에게 실형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7.8.25. 2017고합 194 판결). 쌍방 항소로 이 사건이 항소심(서울고등법원)으로 올라갔다. 항소심은 2018.2.5. 1심과 달리 마필 자체가 아니라 그 사용권만을 제공하였다고 인정하였다. 항소심은 이처럼 1심과 달리 제공한 뇌물의 가액을 낮추어 인정하면서 실형을 선고한 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재용에게 징역 26월에 4년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 단서로 이재용은 구속된지 353일만인 2018.2.5. 구치소를 나왔다. 항소심판결(이하 이를 원판결이라 칭함)에 불복하여 쌍방이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는 기각하고, 특검의 상고이유 중 뇌물공여죄에 대하여 원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항소심으로 환송하였다. 마필의 사용권만을 제공한 것이라고 인정한 원판결의 사실인정을 장황하게 여러 이유를 들어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1심과 같이 마필 자체를 뇌물로 제공한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원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환송받은 서울고법이 현재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이재용의 마필 제공을 아예 뇌물공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박근혜가 이재용에게 마필의 제공을 요구한 것이 위법인지 여부부터 살펴본다. 대통령의 직무 중에는 민족문화의 창달에 힘을 기우릴 것이 들어 있다(헌법 제69). 그러므로 박근혜가 2014년 아세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승마선수인 정유라한테 마필을 지원하여 주라고 이재용에게 요구한 것은 위법행위가 아니다. 한편 대기업은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체육활동을 지원하여야 한다. 이재용의 마필 제공은 공익활동의 일환이므로 역시 위법행위가 아니다. 박근혜나 이재용이 마필의 제공을 요구하고 이를 제공할 때에 그들의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되리라고는 전혀 의식하니 않았을 것이다. 뇌물의 수수는 거의 모두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이 사건의 마필 지원 요구와 제공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이재용의 마필 제공을 유죄로 인정한 법원의 판단은 잘못이다. 그 판단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기도 하고 선행되어여 하겠지만 그 논의는 다른 기회로 미루고 이 글에서는 현재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로 항소심의 쟁점이 된 이재용이 마필 자체를 제공하였는지 그 사용권만을 제공하였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기로 한다.

 

 이 마필들은 삼성그릅의 계열사가 매수하여 장부에 회사의 재산으로 기록하여 놓고 정유라에게 제공하였다. 정유라에게 제공한 후에도 그 회사 장부에 회사의 재산으로 그대로 남아있었다. 마필의 관리비도 그 회사가 계속 지출하였다. 명마(名馬)는 족보를 가지고 있다. 명마의 양수도에는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양도증서를 작성하여주고 마필과 함께 족보를 넘겨준다. 이 사건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었다. 위 회사 장부상의 기재로 보나 양도증서 등을 넘겨주지 않은 점으로 보아 이재용이 마필들 자체를 정유라에게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크게 법리를 벗어난 이유를 내세워 이재용이 마필 자체를 제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수수란 뇌물을 취득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취득이란 뇌물에 대한 법률상의 소유권까지 취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의 처분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족하다.” 대법원은 사실상 취득을 물건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고 공여자 또는 소유자로부터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에 이른 경우라고 부연 설명한다. 이 사건에서 뇌물수수자가 사실상 취득으로 마필 자체를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상 취득이란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소유권의 내용은 사용, 수익 및 처분권이다(민법 제211).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함에는 이런저런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 요건은 물건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사실상 취득이란 민법에서는 물론 다른 어느 법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용어이다. 어떻든 소유권의 내용 중 일부를 취득하는 것이거나 취득의 요건 중 일부를 못 갖춘 경우일 것이다. 법률 문언의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어야 한다. 통상적 의미의 취득은 법률상 취득이다. 다른 예를 든다. 법문에 들어 있는 혼인이란 문구는 법률상 혼인으로 해석하여야지 사실상 혼인꺼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서는 안된다. 형법상 범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문구의 해석은 더욱 통상적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사실상 취득까지 취득으로 해석한 대법원의 해석은 통상적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는 점에서 첫 번째로 법리에 위배된다.

 

 사실상 취득을 대법원은 점유를 취득하고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라고 설시하고 있는데, 이 중 점유를 취득한 여부는 객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반환요구를 받지 않을 관계는 객관적으로 알 수 없다. 어느 정도 취득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그런 관계가 성립될까? 여하튼 반환을 요구받지 않을 권리란 독자적 권리로서 따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권리이다. 공여자와 수뇌자 사이에 어떤 약속이 있었더라도 법률상 양수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공여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수뇌자가 그 요구를 법률상 거부할 길이 거의 없을 듯 싶어, 필자는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고 반환요구를 받지 않을 권리만을 이전받는 관계란 성립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처럼 사실상 취득이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법률상 용어는 그 내용이 명확하여야 한다.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였다는 점에서도 대법원의 이 해석은 두 번째로 법리에 위배된다.

 

 대법원이 기왕에 사실상 취득이란 용어를 사용한 예를 찾아본다. 미등기 건물의 취득에 관하여 사실상 취득의 효력을 다룬 것들이 보인다. 미등기 건물이라서 이전등기를 경유받지 못하였는데, 대법원은 미등기 건물을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는 그 취득자가 그 건물의 부지를 점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3.10.26. 932483 판결, 2003.11.13. 200257935 판결). 건물을 법률상 취득한 자라면 그 건물의 부지를 점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대법원 1986.7.8. 84763 판결 등), 사실상 취득한 자는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제까지 이처럼 사실상 취득의 효력을 법률상 취득의 효력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사실상 취득의 효력을 법률상 취득의 효력과 똑같다고 인정한 이 사건 대법원의 해석은 이전의 판례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세 번째로 법리에 뒤배된다.

 

 죄형법정주의는 우리 헌법의 기본 이념 중 하나이다(헌법 제12, 동 제13). 죄형법정주의는 법률로서 범죄의 구성요건과 처벌 수준을 적정하게 규정하여 놓을 것과 범죄의 수사, 재판, 형의 집행 과정이 법률에 규정된대로 적법하게 구현될 것을 요구한다. 재판에서의 구현은 법률의 규정을 정확하게 그리고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서 유추해석도 허용되지 아니하고 확장해석은 더욱 허용되지 아니한다. 사실상 취득으로 물건 자체를 뇌물로 제공받은 것으로 인정하여 처벌하는 것은 확장해석이다. 이 점에서 대법원의 이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대법원의 이 해석은 네 번째로 법리에 위배된다. 이 법리 위배는 앞의 셋보다 중대한 법리 위배이다.

 

 이 판결은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대법관 14인 전원합의체판결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취득의 법리 위배를 지적하는 반대의견을 내놓은 대법관이 1인도 없다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되새기는 것으로 이 글을 끝맺는다.

댓글 : 1 추천 :   비추천 :
벽운    2019-12-02 오전 10:42:08
판사들이 정치논리에 맞춰 판결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팟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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