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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류동길  l  2018-10-01     조회 : 1329     추천 : 0

[시론]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2018-9-28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추석 명절은 끝났다. 다시 우리 앞에 펼쳐진 건 팍팍한 삶의 현장이다. 경제전망은 여전히 흐리다. 거기에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른 안보문제가 겹쳐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전쟁 없는 세상, 평화에 대한 기대를 부풀려놓았다. 한미관계와 미북관계의 진전도 지켜보아야할 일이지만 평화는 화려한 말잔치나 선언 또는 협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1938년 '뮌헨협정'을 체결하고 돌아온 영국 체임벌린 총리는 "유럽의 평화를 지켰다"고 선언했지만 히틀러의 평화공세에 속았고 2차 대전은 터졌다. 1973년 '파리협정'(베트남 평화협정)의 결과를 보라. 공산세력은 협상과정에서 집요하게 미군철수를 요구했고 미군이 철수하자 협정을 맺은 2년 만에 베트남은 공산화됐다.
 
 북한은 1991년의 남북한 공동선언을 비롯해 미북회담과 6자회담 등에서 협정과 선언을 통해 비핵화와 핵무기 파기를 거듭 약속했다. 그런 약속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제 다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라는 말을 믿어야 하는가? 비핵화 약속을 믿을 구체적 조치가 없는데 희망적 생각이나 감정을 바탕으로 정책을 펼 수는 없다. 한 번 속는 건 속이는 사람의 잘못이지만 계속 속는 건 속는 사람의 잘못이다. 

 

 누가 평화를 바라지 않으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급한 게 아니다. 급한 건 안보와 국방에 허점을 없애는 일이다. 남북이 대치상태에 있다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북의 병력은 120만 명에 이른다. 우리는 어떤가. 대통령 선거 때마다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이 등장했고 지금도 군 병력을 감축시키려 한다. 탈법과 편법으로 군복무를 피하려 하고 합법적으로 군복무를 면제시켜주기도 한다. 

 

 이번 인도네시아의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 특례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일었다. 세계에 이름을 날려 국위선양을 한 '방탄소년단'에게도 병역 특례를 적용해야 형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승전보를 울리고 국위선양을 하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그 보상이 왜 군 복무 면제여야 하며 군 복무는 누가 해야 하는가.

 

 선수선발 시비나 형평성 문제를 따질 게 아니다.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해야 한다. 국방부가 검토하겠다고 하니 두고 볼 일이지만 운동선수든 또 누구든 국민개병제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대표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입대를 연기할 수도 있고 선수생활을 끝낸 뒤 국방의무를 다하게 하는 여러 방안도 있다. 메달 획득이나 국위선양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나라 지키는 일에 우선할 수는 없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군에 자원입대한 미국 메이저리그의 투수 이야기를 보자. 4년 연속 탈삼진·3년 연속 다승왕에 오른 밥 펠러는 1941년 12월 7일 아침 '일본의 진주만 공습' 라디오방송을 듣자 연봉협상을 하러 구단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 자원입대를 결정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기에 징집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23살의 최전성기 거액연봉을 받는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입대한 것이다. 해군에서 44개월 동안 태평양을 누비다가 1945년 8월 제대, 다시 마운드에 올라 3년 연속 탈삼진·2년 연속 다승왕이 됐다. 그때 전장으로 달려간 메이저리그 스타들은 수없이 많았다. 미국야구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우연이 아니다. 

 

 누가 전쟁을 바라겠는가. 누가 평화를 바라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가 서둘 일은 안보국방을 더욱 다지는 일이다. 국민과 군, 지도자 모두가 나라 지키는 일에 뜻을 같이 해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자는 게 아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남북관계의 어떤 상황에도 대비하자는 것이다. 안보는 0.001%의 위험에도 대비하는 것이고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침이 없다. 성급하게 평화를 노래하며 안보국방에 허점을 보여서는 안 된다. 

 

 

[기사출처 ; 디지털타임스 >오피니언>칼럼]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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