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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세계 문자 한글의 장래(14)
  • 작성자 : 신부용
  • 작성일 : 2024.07.16
  • 조회수 : 460

한글공학연구소를 만들자  


  지금까지 한글을 세계 문자로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한글을 세계에 전파해 인류가 그 혜택을 널리 누리게 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을 '문화 중심국'으로 우뚝 세우자는 취지입니다. 충분히 가능하고 또 중요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과업들을 수행해야 합니다.

   1. 한글의 표음 기능을 회복시키고 컴퓨터 적응성을 높이자.

 
  2. 이렇게 발전된 한글로 외국어를 표기함으로써 한글을 세계 문자로 격상시키자.

   3. 한글을 2030 리야드 박람회에 국가대표 발명품으로 출품하고 국제 행사를 개최하자.

 
  4. 한글의 과학성을 살려 공학기술로 발전시키자.

  

  첫 과업의 두 가지 목표, 즉 표음기능 완성과 컴퓨터 적응성 제고는 훈민정음의 합자(合字) 원리를 회복시킴으로써 이룰 수 있습니다. 현행 문법은 합자를 허용하지 않지만 우리말에는 그 원리가 이미 녹아들어 있습니다. 예컨대 각하는 ‘가카’, 눕혀는 ‘누펴’로 각각 발음됩니다. 다시 말해 ‘ㄱ+ㅎ=ㅋ’, ‘ㅂ+ㅎ=ㅍ’의 합자 원리가 실제 언어생활에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ㅊ과 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한글 자음 14자 중 합자인 ㅊ, ㅋ, ㅌ, ㅍ을 제외하면 기본 자음은 10개가 됩니다. 이는 일찍이 주시경 선생이 주창한 내용입니다. 이 연재의 7번째 글에서 설명한 대로 기본 모음도 10개입니다. 결국 한글의 기본 자모는 20개이며, 합자 기능을 활용하면 이들만으로도 훈민정음의 표음 기능을 온전히 구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기본 자모에 각각 0~9까지의 번호를 부여하면 세상의 모든 말소리를 숫자로 표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글은 최고의 컴퓨터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문자 체제를 7번째 글에서 소개하고 ‘한글20’이라 명명한 바 있습니다.

 

  두 번째 과업은 외국어 표기법에 관한 것입니다. 한글20은 외국어를 제대로 표기하려는 구상이지 현행 한글을 수정하거나 대치하려는 게 아닙니다. 한글은 한국어의 공식 문자 체계로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우리말로 굳어진 외래어가 아닌 일반 외국어도 현행 한글 체계로만 표기해야 한다는 외래어표기법 규정은 폐기해야 합니다. 물론 학계 등 관련 분야를 비롯한 국민적 동의가 선행돼야 하며, 국어기본법 개정 등의 절차도 밟아야 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해박한 전문 지식과 강력한 추진력 및 심중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한글을 차기 세계박람회에 국가대표 발명품으로 출품하는 세 번째 과업은 매우 가슴 벅찬 일입니다. 한글관 별도 개설과 함께 한글학교 운영과 흥미로운 각종 행사 개최 등을 통해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낸다면 한글을 대번에 세계 문자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봅니다. 네 번째 과업은 응용입니다. 9~12번째 글에 등장했던 다언어사전, 말소리연주기, 점자 혁명 등의 신기술 개발과 한글의 인공지능(AI) 접목 등을 도모할 한글공학의 체계화가 절실합니다. AI 기술이 영어 기반으로 발전하는 바람에 한글은 아직까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인간의 뇌를 재현하는 AI 기술에 생각을 소리글자로 바로 표기하는 한글보다 더 적합한 문자는 세상에 없다고 확신합니다. 언젠가 한글이 AI용 문자로 빛을 보겠지만, 우리가 먼저 본격 연구에 뛰어들어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 모든 과업은 상호 밀접히 연관된 하나의 거대한 사업이며, 하나하나가 몇몇 관계자의 한글 사랑과 열정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지난한 과제입니다. 이들 과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한글공학연구소(가칭)’ 설립을 제안합니다. 이 국책 연구기관은 사전 타당성 조사 차원의 기초 연구부터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왜 공학연구소인가?
  지구상의 언어는 7,000개가 넘고, 문자는 293개에 이릅니다. 인간의 의사소통에 이렇게 많은 언어와 문자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언어를 하나로 통합하자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언어는 각기 고유문화의 산물이고, 다른 언어 배우기가 쉽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자는 특정 언어의 말을 표기하는 것이고, 말은 음파로 이뤄지므로, 음파를 제대로 표가하는 문자가 있다면 문자 통합은 가능합니다. 음파를 가장 완벽히 표기하는 한글은 어떤 문자보다도 배우기 쉽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글을 세계 문자로 삼자는 주장의 근거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문자를 한글로 대치하자고 할 수는 없지만 문자로 인해 겪는 불편과 문제점의 해결을 대행해 주겠다고 나설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한자는 로마자 병음 덕분에 전산 입력이 가능해져 컴퓨터 시대에 살아남았습니다. 로마자보다 표음 기능이 훨씬 뛰어난 한글은 한자뿐만 아니라 모든 문자의 표기를 충분히 대행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혜택은 매우 큽니다. 컴퓨터 입력이 간단해질 뿐만 아니라 한글이란 공동의 ’대행 문자‘ 이용에서 오는 편리함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판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글은 문자의 영역을 넘는 과학기술입니다. 세계의 문자는 모두 특정 언어의 말소리를 표기하지만 한글은 언어에 상관없이 소리, 즉 음파를 눈에 보이는 도형으로 나타냅니다. 말하자면 음파를 저장/재생하는 녹음기에 비견됩니다. 음파를 단지 24개 자모로 표현하는 만큼 녹음기보다 월등한 과학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글은 언어학을 넘어 공학기술 차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글공학연구소 설립을 강력히 제안하는 이유입니다.



필자소개

 신부용 (shinbuyong@kaist.ac.kr)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운영이사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면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 중국인보다 빨리 배우는 신한위 학습법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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