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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흔들고 경제 옥죄는 정치 멈춰야 한다
  • 작성자 : 류동길
  • 작성일 : 2024.08.20
  • 조회수 : 645

2024년 광복절 기념식은 정부의 공식 경축식과 광복회가 주관한 별도 행사로 나뉘어 치러졌다. 광복회는 당초 정치인들을 행사에서 배제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야권 정치인이 대거 참석했고,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퇴진” 주장까지 나왔다. 어쩌다 국가기념일이 정치 집회로 변질되기에 이르렀는지 어이없고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1947년 삼일절 기념식은 좌우로 갈려 서울 동대문운동장(우파)과 남산(좌파)에서 따로따로 열렸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 수립 이전 해방 공간의 혼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광복 79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광복절에 그런 사태가 재현됐으니 할 말을 잃는다. 정부의 공식 경축식을 외면하고 딴판을 펼친 광복회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정부는 그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를 우리는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정쟁의 대상도 아닌 국가적 기념식이 이런 소동을 벌이는 판국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민생과 경제 문제의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최근 세계은행은 한국을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성장의 슈퍼스타”라고 평가했다. 투자, 기술 도입, 혁신을 모범적으로 추진한 나라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런 칭찬에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세계은행은 우리가 이뤄 낸 지금까지의 성과를 말한 것이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고 평가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미래다.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가 도로 후퇴한 국가의 사례는 많다. 한 나라가 경제적 성공을 이룩했더라도 그 성공 요인을 갉아먹는 ‘선진국병’에 걸리면 후퇴하게 돼 있다. 한국은 작은 성취에 만족한 탓인지 선진국병과 비슷한 ‘한국병’에 걸렸다. 근로 의욕 저하, 노사 관계 악화, 기업가 정신 쇠퇴, 과도한 복지 추구, 문제 해결 의욕 감퇴 등이 그 증상이다. 한국병을 그대로 놔두고도 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산과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이제는 단순히 물적 투자와 인력 투입만으로 경제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기술 개발과 혁신은 물론 경제를 부추기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경제 살리기를 정치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국민을 먹고살기 어렵게 만드는 일들만 골라서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나 ‘25만원법’을 만들고, 탄핵과 특검을 끊임없이 들먹이며 딴전을 피우는데도 경제가 살아난다면 그건 기적이다. 노란봉투법의 사례에서 보듯이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가 이미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다시 입법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코끼리가 죽을 때까지 바늘로 찌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은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런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절충안을 찾기는커녕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런 경우 정치는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국회 청문회를 보라! 언어폭력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 정치인들은 폭력 사용이 허가된 ‘완장 찬 특권층’처럼 행동한다. 국민을 위한다고 소리 지르는 사이에 국민의 삶은 힘들어지고 있으니 이런 고약한 역설이 또 어디에 있는가. 정치가 국민 통합을 이루는 일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경제도 안보도 갈 길을 잃는다. 정치가 경제와 안보에 부담을 주는 것도 모자라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지배하려 한다면 삼권분립도, 민주주의도 사라진다.
 

경제에 기적은 없다. 기적이라고 하는 건 인간의 피와 땀과 눈물이 만들어 낸 놀라운 결과를 일컫는 수식어다. 우리는 더 많은 기적을 창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난장판 정치를 바꾸는 일에 국민 모두 떨쳐나서야 한다.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갑옷 입고 완장 찬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고문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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