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설관(爲人設官)은 특정인을 위해 나라의 제도를 바꿔서라도 없던 기구나 자리를 마련해 주는 부패하고 잘못된 현상을 말한다.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특정인을 봐주거나 보호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는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관행이어서 이런 표현이 생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위인설관도 넘어 특정인을 콕 찝어서 보호하기 위해 법을 만들거나 고치는 위인설법(爲人設法)이란 용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법은 보편적으로, 또 합리적으로 모두에게 언제나, 똑같이 적용돼야 하므로 특정 개인을 염두에 둔 입법은 있을 수도 없고, 또 있어서도 안 된다. 더더욱이 후진국이나 중진국도 아닌 세계 경제 최상위권에 속하는 한국에서 위인설법 같은 부당 행위는 이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방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이런 기막힌 일이 백주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으로 전횡하는 국회에서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자체를 중단시키는 법안을 만들고, 공직선거법에서 허위사실공표죄 해당 법조문을 삭제하겠단다. 이미 관련 법률 개정안들이 법사위에서 처리됐고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정권 획득이 현대 정당의 최대 목표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를 법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국가를 비정상을 넘어 파탄으로 몰아가는 몹쓸 작태다. 법은 원리상 특정 시기에, 특정 개인에게만 적용하도록 만들 수는 없으므로 앞으로 모든 선거의 후보자나 저질 정치인들에게 거짓말이나 허위 사실 공표를 거리낌없이 허용하는 ’거짓말 공화국‘, ’부정 공화국‘을 공식적으로 여는 단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직 당선은 과거 모든 범죄 사실이 사라져 버리는 인간의 재탄생은 결코 아니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최단시간에 최빈곤국에서 열강의 반열에 오른 ’속도의 한국‘답게 이제는 거짓말과 위선이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나라로 만들기에 혈안이 된 정당이나 세력이 대한민국을 최단기간에 그렇고 그런 나라로 만들자는 선언이나 몸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거짓말이나 위선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이제는 공식적, 공개적으로 거짓을 말할 수 있고 후에 얼마든지 변명할 수 있는 법적 장치까지 마련되면 누구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유사 이래 가난과 온갖 압제 하에 고통을 견디며 살아온 우리 민족이 초단기간에 이렇게 잘살게 되면서 번영과 복지, 민주적 제도의 혜택과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음은 우리 민족의 복이자 행운이었다. 만일 이런 번영이 지속되지 못하고 중단되거나 빠른 속도로 기울어진다면 그 또한 우리의 복일 수밖에 없다. 위기는 가장 작은, 또는 사소하게 보이는 현상이나 단초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주권자인 국민이 지도자나 정당을 선택하는 제도 하에서 변명이나 합리화는 있을 수 없다.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돼 있고 알 권리가 오히려 과잉 상태인 자유 대한민국에서 유권자 다수가 알면서도 찬성하고 선택한다면 더이상 문제 제기가 불가능하다.
다만 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은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언제나 우리를 떠날 수 있다. 다수가 선택하고 용인해 준다면 너무나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적 구조다. 하지만 아쉬움은 크게 남을 것이다.
필자소개
임정덕 (jdlim@pusan.ac.kr)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2022
K-Speed: The Source of Korean Competitivenes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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