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으로 약진하는 중국의 신산업, 앞서가는 새 기술의 변화상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두려울 정도로 발전한 산업과 첨단 기술 분야가 많다. 전 세계 시장에서 조잡한 저가 공산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컨테이너로 내다 팔고 심지어 ‘짝퉁 공화국’이란 오명까지 받아온 게 오래전 일이 아니지만, 중국의 산업과 경제는 근래 크게 바뀌었다. 드론 우주항공 배터리 전기차를 넘어 AI(인공지능) 휴머로이드로봇 자율주행으로 ‘신기술 굴기’를 확대해가고 있다.
중국산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미래 산업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새로운 기술 분야 신산업의 미래 시장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 미국의 거친 관세전쟁에 맞서는 것도 이런 기술적 산업적 성과가 버팀목 구실을 할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약진이 미국으로부터 관세전쟁의 빌미를 줬지만, 동시에 그 성과가 맷집이 된 셈이다. 요컨대 중국이 미국의 공격에 쉽게 물러서지 않는 것은 단지 희토류를 무기 삼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꾸준히 축적해온 기술력이 있고 전면에 내세울 기업이 있으니 미-중 간의 이 싸움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기 어렵다. 이제는 ‘글로벌 빅테크’ 그룹도 미국 IT 구루 기업 일변도에서 중국 업체들도 함께 서는 시대가 됐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자본도 축적해가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위안화의 국제화에 나서면서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 등으로 대체해가는 것도 함께 주시해야 할 현상이다.
‘신기술 굴기’로 뻗는 중국의 약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보다 한국엔 그대로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흔히 중국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에 ‘기회이면서 위기’라고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위기’라고만 해야 할지 모른다.
한국이 중국을 보면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신기술과 새 산업에서 중국의 약진 이면에는 ‘탈규제’라는 대원칙, 큰 원리가 있다는 점이다. 개인신상 정보에 연연하지 않고 얼굴 결제와 얼굴인식 AI 기술을 발전시켰고, 연구자든 기업이든 하늘을 맘껏 활용하라는 방침에서 드론을 키웠다. 중국에선 130만대의 드론이 이 순간에도 혁신을 실험한다. 지금도 베이징 인근 개발 특구 등의 3만8000km 구간에서 900여대 자율주행 택시가 씽씽 달리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 바탕에는 기업 간, 사업자 간, 개인 간 경쟁이 깔려있다.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만 해도 돌아보면 시사점이 적지 않다. 미국이 환경규제에 매달려 쉽게 개발에 나서지 못했을 때 중국은 ‘더러운 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었다. 그렇게 글로벌 신산업의 급소를 장악한 채 큰 소리를 내는 것이다. 뒤늦게 각국이 희토류 확보에 허둥지둥 나서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도 환경족의 반발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사회가 못 된다.
‘중국 제조 2025’의 결과물로 지금의 성과만도 무서운데 그 후속으로 이제 새로 시작하는 ‘중국 표준 2035’로는 또 어떤 성과를 잇달아 낼지 겁이 난다.
이런 성공의 엔진은 무엇인가. 모든 게 중국 고유의 ‘선행선시(先行先試, 실행 먼저 실험 먼저)’ 정책에 기반한다. 일단 해보라는 것이다.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이라는 이유로 가로막는 게 적다. 기본적으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다. 제한된 금지사항 외에는 모두 가능한 것이 네거티브 규제다. 한국처럼 가능한 목록을 정해놓고 나머지는 모두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이 아니다. 그러니 웬만한 기술실험과 사업화가 늘 가능하다. 일단 먼저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행정 규제가 후행적으로 뒤따르는 게 중국이다. 여기에 더해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다. 결과는 기술 진보, 산업 발전, 경제 성장, 국부 축적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편향된 이념과 과도한 이상주의에 빠져 산업현장과 기업활동에 갈수록 규제만 늘어난다. 규제철폐는 말뿐이고 새로운 규제는 하루가 멀다고 쌓여간다. 더 늦기 전에 중국을 배워야 한다.
(이 칼럼은 허원순(경제칼럼니스트·고려대 특임교수)님께서 글로벌경제신문(25.12.05)에 게재한 글입니다)

허원순 경제칼럼니스트(전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고려대 특임교수
- 행정안전부 교부세위원, 옥외광고정책위원, 서울시·서울연구원 자문위원 등
- 전 공공기관운영위원, 중앙투자심사위원, 지방공기업정책위원원 등
- 이달의 기자상 2회 수상, 대통령 표창(2015)
- 저서: 논리의힘 지식의격(2024) 토론의힘 생각의격(2022) 하이테크 시대의 로테크(2012년)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2006) 맛있는 경제 톡 쏘는 경제(2000, 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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