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넘쳐 잘 달리는 말의 해’ 병오년의 아침이 밝았다. 새해 첫날 국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역사상 뛰어난 석학들이 ‘국가의 의미’를 표현한 말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필자가 선호하는 몇 가지를 예로 들겠다. 서양 철학의 시조인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00년경 “국가란 어머니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시성(詩聖) 괴테는 “개인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는 국가”라고 했고,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숭고한 사람들에게는 국가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 국가는 우리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터전이요, 생활의 바탕이며, 방패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석학들의 철학(사상)을 정리해 보면 ‘국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필자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한마디로 ‘국민 보호’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보호라는 말은 ‘생명의 보호’, ‘인권의 보호’, ‘자유의 보호’, ‘재산의 보호’, 그리고 ‘재난과 질병으로부터의 보호’ 등 총체적인 보호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정치 체제는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자유민주주의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가장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이라고 생각한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필자는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다. 자유란 무엇이며 자유가 왜 필요한가? 법적으로 자유는 ‘법률의 범위 안에서 타인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의사대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소극적 자유’다. 우리는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받아든 인권을 보장받고 자신의 역할에 맞는 올바른 선택과 자아실현으로 각자 스스로의 행복한 생활을 추구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적극적 자유’다. 따라서 자유는 인간에게 창의를 불러오고 인간의 삶에 역동적이고도 풍요로움을 가져오는 인간 생활의 최고 핵심 가치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에는 포퓰리즘, 정치 선동, 합법적 독재 등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취약점이 있다. 이들 취약점을 극복하고 체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필자는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다음은 ‘정당이 정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국민이 현명해 올바른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고, 국정 운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눈을 씻고 살펴봐도 전 세계에서 국민이 현명한 국가는 찾기 힘들다. 다만 스위스나 노르웨이는 예외인 것 같다.
스위스는 2016년 국민투표에서 모든 성인에게 조건 없이 매달 2,500 스위스 프랑(당시 환율로 약 300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과 ‘국민연금 10% 인상안’을 압도적 반대(76.9%)로 부결시켰다. 노조 단체까지 반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땀 흘리지 않으면 스위스의 미래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민은 부자들에게 50%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부자과세안’을 2025년 국민투표에서 역시 압도적 반대(78.3%)로 부결시켰다. 통과되면 당장 세수는 늘겠지만, 결과적으로 부자들이 스위스를 떠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줄고 세수도 줄어 국가 경제에 더 큰 손실이 올 것을 우려한 것이다. 대개 이런 수준 높은 안목의 걱정은 전문가들 몫이거늘 스위스에서는 일반 국민이 한다.
노르웨이 국민은 북해유전 수익금으로 조성한 국부펀드를 국가 비상시나 미래 세대를 위해 비축하고 당대에는 손대지 않기로 합의했다.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GPFG)이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로 부상한 것이 그 결실이다. 나라 망칠 정치 포퓰리즘에 현혹되지 않고, 국가의 앞날을 생각하는 안목과 마음을 가진 국민들, 얼마나 현명한가!
그 다음은 정당의 역할이다. 정당이란 정치 철학을 같이하는 엘리트들이 모여 정책으로 수권 경쟁을 벌이는 조직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일반 국민은 그렇다 쳐도 정치 엘리트들이 모인 정당은 국민이 극단주의자나 포퓰리스트의 선동에 현혹되지 않도록 계도하며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이익과 국가의 번영을 위한 비전과 정책으로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민이 현명하지 못하고 정당이 정당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때 자유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 괴테는 “나는 죄와 더불어 국가의 실책을 증오한다. 그 중에서도 정치적 실책을 가장 증오한다. 그것은 수백만 국민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기 때문”이라며 국가 경영, 즉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놀랍고 자랑스럽고 신비한 나라”가 됐다. 반만년 역사를 통틀어 오늘날같이 경제 대국, 문화 대국, 군사 강국으로 발돋움한 적이 없었다. 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통일된 우리 국민 모두가 평화롭고, 풍요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행복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사는 국민 행복의 선진국’으로 웅비하기를 기원한다. 이것이 어느덧 80대 중반에 들어선 필자의 남은 생의 꿈과 이상이다.
필자소개
민계식(minksdr@gmail.com)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자상 수상
대한민국 국가 과학기술 유공자
(전) 현대중공업 대표 이사회장(CEO & CTO)
(전) KAIST 해양시스템 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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