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벽두에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개인적인 지지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를 위해 이번 방문이 큰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한 나라 대통령의 외국 방문은 여러 가지 함의와 결과가 수반되는 중요한 국사(國事)의 하나다. 방문 성과가 목적과 기대를 충족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상대국의 대접 내용과 방식이다. 한 국가의 체통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상대방의 진심과 신뢰성을 읽을 수 있는 표징도 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앞서 떠오르는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7년 방중에 얽힌 사건과 내용이다. 당시에는 중국의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인 무시와 푸대접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말뿐인 국빈이었다. 그런데도 국가원수인 당사자나 정부가 항의나 불만조차 표시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노골적으로 홀대하는 모습을 보여도 당사자나 정부는 항의나 불만도 표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은 몹시 불편하고 기분이 언짢았다. 우리는 과거 조선 시대의 한중 관계 속에 있지 않은, 명실 공히 세계 경제 강국의 일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대통령이 외국 국빈 방문 도중 거리에 나가서 혼자 밥을 사 먹는 모습을 보인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3박4일의 방중 기간에 ‘혼밥’이 10끼 중 8끼나 됐다. 당사자는 즐겼는지 몰라도 국민의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했다. 또한 대통령과 동행한 기자단을 중국 측 경호원들이 폭행한 일은 더 어처구니없다. 대통령 국빈 방문단의 필수 요원인 취재기자들이 행동의 제지를 넘어 폭행까지 당해 크게 부상한 일은 직·간접적으로 우리 대통령과 방문단을 멸시하거나 모욕하는 사건이었다. 공항 영접을 차관보급이 하고 정상회담장에서 중국 외교부장(우리의 외교부 장관)이 문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치는 모습은 경악스러웠다. 친근감의 표시일 수도 있으나 국제 의전상의 예의는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와 자신이 대표하는 국가를 낮추는 한심한 장면도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대학에서 연설하면서 중국을 ‘높은 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로 표현하는 모습은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자신이 사대주의자임은 어쩔 수 없겠으나 평등화된 현대 세계에서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면서 스스로 비하하고 낮췄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표현이고, 자신의 본 모습과 정체성을 나타낸 증거였다.
과거의 사실들로 미루어 상상컨대 만약 우리 대통령이 미국이나 일본을 국빈 방문하면서 이런 푸대접과 모욕을 당했다면 촛불집회를 비롯해 반미, 반일 운동을 여러모로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정권의 명운까지도 위태하게 됐을지 모른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주한 중국대사관을 방문했을 때 중국 대사와 나란히 앉아서 그의 훈시 같은 긴 일장 연설을 손 모으고 공손하게 들었던 전력이 있다. 그 모습은 이제 대통령으로서의 중국 국빈 방문을 미리 염려하게 만드는 사유가 된다.
이번 방문이 양국의 친선 관계를 다지는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북아의 균형과 안전 문제를 넘어 중국이 서해 공동 수역 내에 해양구조물을 일방적으로 설치하는 문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 한국의 비행금지구역 내에 출몰하는 중국 전투기 문제, 한국의 사드 설치를 트집 잡아 만든 한한령(限韓令) 문제,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북한의 핵무장 문제 등등 양국 간에 풀고 조정하고 다듬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대통령과 집권층이 자신들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내로남불’의 방법과 수단을 이번에 발휘하기를 바란다면 과욕일까? 대선 후보 시절에 말했던 “중국이나 대만에 손 모으고 쉐쉐(謝謝)하기만 하면 된다”는 대만 문제 해결 방법이 어불성설임은 자신도 잘 알 것이다.
한 집안에서도 집안을 대표하는 어른에게 안에서는 불평과 불만이 많더라도 그 어른이 외부에서 푸대접이나 모욕을 당하면 분개하고 참지 못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가 이를 명심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나아가 국가의 체면과 국익을 훼손하는 방문 결과를 또다시 낳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필자소개
임정덕 (jdlim@pusan.ac.kr)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2022
K-Speed: The Source of Korean Competitivenes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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