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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에 예산지원’, 누가 덕볼까
  • 작성자 : 허원순
  • 작성일 : 2026.01.16
  • 조회수 : 235

‘주 4.5일 근무’ 조기 시행을 위해 정부가 기업에 금전 지원에 나섰다. 노사정 협의체로 간판을 바꿔 최근 새로 출범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이행점검단’을 내세웠다. 이 점검단을 통해 2030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연 1700시간대로 줄이기로 하고 과감한 재정투입을 한다는 것이다.


주 4.5일제로 이행을 위해 인력을 늘리고 출퇴근 관리 전산 시스템 등 필요한 방편을 구비 할 경우 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720만원, 신규 채용까지 하면 최대 960만원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지원 예산은 모두 9363억원, 1조원에 육박한다.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근로시간을 최대한 줄여나가자는 취지는 좋다. 적게 일하고 넉넉한 수입 소득이 가능한 사회로 가자는 정책 목표는 나무랄 일이 못 된다. 모든 근로자가 적게 일하면서도 수입이 보장돼 워라밸이 나아진다는 것은 선진 경제로 발전의 전제이자 지향점이다.


문제는 생산성이다. 특히 노동의 생산성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산업 현장에서 법으로 적게 일하게 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느냐가 관건이다. 준비도 안 돼 있는 데 정부의 독려와 압박으로 무리하게 서둘러 시행할 경우 부작용과 역효과가 뒤따른다는 게 문제다.


한국은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주목할 만큼 근로시간이 줄었다. 주 52시간제를 법제화한 2018년 이후 근로시간은 확 줄어들었다. 지금 정부가 그렇듯이, 아직도 더 줄일 필요성은 있다고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생산성의 과도한 추락을 무시 못 할 부작용으로 확인되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7~8년간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31위를 오르내리며 최하위권으로 떨어져 왔다. 


이런 판에 생산성 향상의 뚜렷한 대안도 없이 또 근로시간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기업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번에 정부가 예산지원을 하겠다는 것도 늘어나는 기업부담을 다소나마 경감시켜주면서 4.5일제가 일단 시행되게 해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기업부담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다분한 데 이 대목은 어쩔지 모르겠다.


더 중요한 한 가지 현실적 우려가 생긴다. 빈약한 재정에서 적지 않은 예산까지 동원해 주 4.5일 근무를 독려할 경우 수혜 그룹이 과연 어디일까다.


아직도 주 6일제가 상당수인 영세 사업장이나 업무 관리 등에서 자동화가 어려운 서비스 업계에서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 나오고 있다. 강고한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공기업 등은 근로시간 단축 혜택을 상대적으로 쉽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 영세 업체 근로자는 이로 인해 소외감만 더 크게 느끼게 만들어 버릴 공산이 다분하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는 어렵다는 지적은 젊은 세대 중심의 노동계 내부에서도 나온 바 있다. 젊은 MZ세대 노동 단체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2025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입장문을 내며 반대했던 게 대표적이다. 대선 공약에 주 4.5일제가 포함되면서 각계의 우려와 반대가 나올 때 나온 비판이었다.


주 4.5일제에 대한 시행의 표준 모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근로의 집중도를 떨어트릴 요인은 다분하다. 생산성 저하 우려가 나오면서 시행론자들은 주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은 유지하는 게 전제조건이라는 말도 많이 했다. 말이 쉬워 “월~목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하는 방식”이라고들 하지만, ‘집중 근로’가 안 되면 노동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한국의 고용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심각한 상황으로 지적되어왔다. 주 4.5일제 도입의 조건으로 임금을 일부 지원하는 것이 고용 노동 시장, 나아가 전체 경제의 발전에 도움 될 것인가. 고용 유지도, 생산성 유지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칫 임금과 근로여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만 키울 수 있다. 가뜩이나 대.중소기업 간 임금, 근로여건, 회사 안팎의 복지 제도에서 양극화가 뚜렷하고 심지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어온 판이다. 


고용시장의 이중 구조라는 큰 문제 해결에 더 주력해야 한다. 주 4.5일 근로 시행을 위해 지급하는 정부 보조금은 반(半) 관제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뭐가 다른가. 어떤 형태든 정부 주도의 일자리는 효율성, 생산성 제고와는 거리가 멀다. 지속가능 하지도 않다.


시급한 것은 근로 제도의 유연성이다. 통계청에서 이름을 바꾼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취업을 포기한 2030 세대 청년들이 사상 최대인 72만명에 육박했다. 2025년 20~30대의 ‘쉬었음’ 인구가 71만7000명으로, 2023년 64만4000명에서 이렇게 급증했다. 이들을 고용시장으로 끌어들이려면 당장이라도 근로시간과 고용형태, 임금제도의 유연성 확보가 더 시급하다. 나라 살림도 어려운 판에 적지 않은 예산을 동원해 독려하는 주 4.5일 근무제도로 강고한 노동조합이 버티고 있는, 이미 잘 나가고 있는 대기업 노조원들만 덕을 보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고용노동부도, 국회도 숙고하고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이 칼럼은 허원순(경제칼럼니스트·고려대 특임교수)님께서 글로벌경제신문(26.1.16)에 게재한 글입니다)




허원순 경제칼럼니스트(전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고려대 특임교수

 - 행정안전부 교부세위원, 옥외광고정책위원, 서울시·서울연구원 자문위원 등

 - 전 공공기관운영위원, 중앙투자심사위원, 지방공기업정책위원원 등

 - 이달의 기자상 2회 수상, 대통령 표창(2015)

 - 저서: 논리의힘 지식의격(2024) 토론의힘 생각의격(2022) 하이테크 시대의 로테크(2012년)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2006) 맛있는 경제 톡 쏘는 경제(2000, 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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