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댓글 내용을 남겨주세요. 최대 글자수를 초과하였습니다.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경제학 교과서를 고쳐야 하나?
  • 작성자 : 임정덕
  • 작성일 : 2026.02.05
  • 조회수 : 723

작금의 집값과 관련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빈번하게 언급하면서 쏟아낸 발언 가운데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에 덧붙여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강조한 내용이 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그 말이 현실적으로 타당하고 조금이라도 맞는다면 경제학 교과서부터 고쳐야 할 기막힌 논리와 함의를 담고 있다.


시장 원리는 한마디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 시장에서 가격과 물량이 정해진다는 뜻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향하게 되고 공급이 일정한데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오르게 된다는 경험적, 역사적 원리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정부나 관계자와 개인 등이 공급이나 수요를 변하게 하기 위해 각종 정책이나 수단을 이용해 조절을 시도할 수도 있고, 그 속도를 변화시켜 현재뿐만 아니라 장래에 대한 기대나 예측을 가능하게 만들어 변동을 최소화 또는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이나 결과적으로는 가격은 시장에서의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변동하고 조절되므로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논리가 성립하고, 이것을 교과서에서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이 그 내용을 비틀어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표현했다. 다시 말해 시장 원리가 아무리 강하고 견고하게 작용하더라도 정부의 의지나 정책 목표를 꺾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즉, 시장과 정부가 맞붙으면 시장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각종 조세 수단을 비롯한 관련 정책들을 동원하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집값 급등 현상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주택은 단기적으로 공급을 조절하기 어려운 내구성과 특수성을 지닌 상품이다. 일반 재화처럼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려 대응할 수도 없고, 또 수요가 줄었다고 해서 공급을 갑자기 줄이기도 어려운 특수 내구재에 속한다. 수요나 공급의 조절이나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택의 평균 수명이 50년이라고 가정하면, 한국에서는 정권이 10번쯤 바뀌는 동안 계속 버티면서 사용돼야 하는 필수 재화 중의 하나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주택 가격이 심상치 않게 오르면 정권은 집행 가능한 각종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기는 하다. 그대로 방치하면 민생을 넘어 정권이나 집권당의 지지율에도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고, 국민이 해당 정권을 평가하거나 심판하는 주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을 일시적, 부분적, 국지적으로는 변동시킬 힘이 있는 정부가 시장을 통제할 수도 있다는 유혹에 빠지곤 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이번의 대통령 발언과 같이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전제와 자세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시장도 정부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에 끝내는 정부가 내놓는 각종 조치나 정책을 통해 어떻게든 굴복시키거나 말을 듣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마음먹고 달려들면 수요와 공급에 대한 주택시장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엄청나게 중요한 내용이 되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다른 모든 재화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앞서 표현한 대로 경제학 교과서에서 강조해서 가르치는 시장 원리도 한국의 이재명 정부가 정책 수단으로 조절하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면 세계 경제학계가 깜짝 놀랄 지대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그 요란하고 시끄러운 각종 공식, 비공식 언론이나 매체 등이 왜 잠잠한지 큰 의문이다. 설마 그 엉터리 수사나 논리를 수긍하고 동의한다는 뜻인가?




필자소개

 임정덕 (jdlim@pusan.ac.kr)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2022

  K-Speed: The Source of Korean Competitiveness, 2023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