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급등한 코스피지수는 8000을 돌파하기가 무섭게 9000 언저리로 다가섰다. 지수 1만을 말한들 아무도 놀라지 않게 됐다. 그 너머까지 내다 본 전망치가 이미 나와 있다. 그것도 외국계 투자은행 전망이다. 많은 이의 예상을 깨고 한국 증시가 놀라운 속도로 단시일에 미답의 고지에 오른 것이다. 한국의 주식시장, 자본시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그런데 멋진 신세계 같은 이 화려한 ‘불(Bull)장’과 엇박자 같은, 무언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장면이 적지 않다. 우리 경제에서 낯선 광경이다.
향후 어떤 장세가 전개되든 ‘K증시’는 이제 한 단계 레벨업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글로벌 투자 무대에서도 신흥시장을 벗어나 선진시장 진입을 도모하게 됐다. AI 시대로 들어서면서 거대한 사이클에 올라탄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에다 전 세계적으로 풀린 돈,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린 덕이 클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지수 급등 이면에는 무서운 그림자도 있다. 이전보다 더 커진 투자 위험, 시장의 양극화가 그런 것이다. 포모(FOMO·상승장에서 나만 소외의 공포) 현상 그 자체는 작은 파도라고 여기면 그만이다. 문제는 포모에서 비롯된 ‘빚투’의 증가다. 신용거래 융자 규모가 늘어 37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급여일이 매달 25일에 많이 몰린 까닭에 매달 이때쯤에는 통장의 마이너스 잔액이 줄어드는 게 통상적인데, 최근에는 이때 늘어나고 있다는 금융권 분석도 있다. 은행 마이너스 통장에서 사용한 대출액이 42.77%(41조원, 5월말 기준)에 달하도록 급증한 게 증시의 빚투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부채도 늘어난다지만 ‘빚의 산’이 계속 올라가는 게 겁나는 건 사실이다. 더구나 금리라는 거대함선은 인상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는데, 그러면 늘어난 빚 감당은 어떻게 되나. 가계부채는 1900조원을 넘어 우려의 지적이 나온다. 2800조원에 달한다는 기업부채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경제 불안의 뇌관처럼 비유되면서 종종 골칫거리 대상으로 기사화되곤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도 230조원으로 추산된다. 1300조원에서 더 늘어나고 있는 나랏빚 역시 걱정거리다. “물 들어올 때 한껏 노 저으라”라는 주식시장의 환호성과 갈채 이면의 한 모습이다. 낙관과 탐욕에 우리 민얼굴과 실력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게 환율이다. 반도체 호황에 수출도 매월 호실적이다. 지난 5월에는 하루 수출이 6조원씩, 총 877억5000만 달러의 실적을 냈다.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5월 한 달 371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면서 5월까지 올해 무역 흑자도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새 역사를 쓰는 중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도 계속 흑자다. 흑자 규모도 크다.
그런데 왜 고환율인가. 해외 투자 붐도 한풀 꺾였는데 환율은 고공행진이다. 미국 달러 환율 1500원은 이제 일상 ‘뉴노멀’처럼 되면서 모두 무덤덤해진다. 그 이면에서 고물가는 시한폭탄처럼 다가선다. 생필품부터 건설비용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급기야 지난 5월 소비자물가(3.1%)가 26개월 만에 3%대로 치솟았다는 통계가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주가 상승도 전체 나라 경제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
어떤 이들은 고환율을 마치 성장통인 것처럼 쉽게 말하기도 한다. 경제 문제 전반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어온 청와대의 김용범 정책실장도 최근 고환율 문제에 대해 ‘대규모 투자와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현상’이라는 한 바퀴 돌린 말로 그런 스탠스를 보여 화제가 됐다. 이 또한 이전과 많이 다른 이색적인 장면이다.
“코스피지수는 급등했는데 내 계좌는 왜 그대로 인가”라는 소리도 계속 커진다. 투자를 안 해도 포모, 투자에 나서도 포모다. 증시에서도, 전체 자산에서도 세대 간 격차는 벌어진다. 주식시장에서도 젊은 세대보다 연장자들이 수익을 더 낸다는 게 과연 자연스러운가? 장래를 보면 편하지 않다. 이것도 상당히 낯설고 어색 생경한 장면이다. 필시 ‘격차심화론’으로 이어지면서 양극화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한국에서 양극화 논쟁은 결코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안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빗나간 해법이 나올 공산이 크다. 특히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권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최악이다. 원리 원칙 본질 핵심은 모르면서 목소리만 큰 사공이 늘어나면 잘못된 해법, 상황을 악화시키는 대책을 내게 된다. 이것 또한 한국적 전통이다.
곳곳에 취약한 구조가 뻔히 보이는데, 무서운 뇌관도 있다는 데 놀라운 일이 더 이어진다. 가령 이런 판에 더 무서운 투자 상품이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다. 투자 다양화, 규제 완화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상품으로도 개미투자자들의 돈이 유입되는 현상에는 걱정도 된다. ‘삼전닉스는 어떻든 오른다’는 낙관론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과도한 기대로 접근하기에는 현재 주가 수준에 위험성이 없지 않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 지수형 ETF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고, 단기 급락 시 손실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증시의 선수들은 경고한다. 장기투자로는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지만 지금 같은 불장에서는 들리지 않을 경고다. 아주 낯설지는 않지만 이런 것 역시 위험 장면이다.
우리 경제가 이런 어색한 모습 생경한 장면을 잘 극복하고 성장 엔진을 제대로 가동할 수 있을까. 낯선 모습에 기대보다 두려움이 커진다.

허원순 경제칼럼니스트(전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고려대 특임교수
- 행정안전부 교부세위원, 옥외광고정책위원, 서울시·서울연구원 자문위원 등
- 전 공공기관운영위원, 중앙투자심사위원, 지방공기업정책위원원 등
- 이달의 기자상 2회 수상, 대통령 표창(2015)
- 저서: 논리의힘 지식의격(2024) 토론의힘 생각의격(2022) 하이테크 시대의 로테크(2012년)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2006) 맛있는 경제 톡 쏘는 경제(2000, 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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