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公訴狀)은 공개(公開)하는 것이 원칙이다.
검찰이 지난 1.29. 울산시장 송철호,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황운하, 청와대의 현, 전직 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공소 제기를 말함)하였다. 검찰은 그 공소장을 바로 법무부에 보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국회법 제128조와 국회에서의 증언 •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의거 법무부에 이 공소장의 제출을 요구하였다. 위 법률에 의거 15년 전부터 국회의 요구에 응하여 법무부가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여 왔다. 근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공소장들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하였고, 최근에도 조국 청와대 전 민정수석비서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공소장들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런데 추미애법무부장관이 이제까지의 그런 관행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개인 정보 유출 여부 등 문제가 될 소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국회의 이번 공소장 제출 요구에 선뜻 응하지 아니하였다. 그 제출을 여러 날 미루다가 대안으로 3쪽 자리 공소장 요지를 작성하여 이를 국회로 보냈다.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라는 법문은 자료를 그대로 제출하라는 것이다.
추장관은 공소장 요지를 보내면서 이를 가감하여 제출할 수도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펴기도 하였다. 이 공소장은 피고인의 수가13명에 달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검찰이 소추한 범죄 사실도 여럿이라서 그 분량이 무려 71쪽에 달한다. 이런 방대한 공소장의 내용을 불과 3쪽 자리 요지로 작성하여 보냈다는 것은 제출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추장관은 20년간이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다. 야당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을 보고 누구보다 강도 높게 정부를 질책하였다. 법무부의 공소장 제출이 잘못된 관행이라면 그 당시 그가 공소장의 공개를 금지하는 법률안을 내놓았어야 한다. 이제 와서 잘못된 관행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추장관은 공소장의 제출을 거부하면서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하였다. 하지만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아 실제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넘어가려 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형사사건의 공개금지 등에 관한 훈령”이라는 법무부 훈령을 제정 공포한 바 있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 명예 존중 등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다는 것이 이 훈령의 제정 목적이다. 그러나 공소 제기 이전의 피의자에 대한 것이지 공소 제기 이후의 피고인에 대한 것은 아니다. 형법에도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기 이전에 피의자의 혐의사실을 공표하는 것만을 피의사실공표죄(형법 제126조)로 처벌하는 규정이 들어 있을 뿐,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후 공소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들어 있지 아니한다. 사생활의 보호라는 법익보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법익을 형법은 우위에 놓고 있다.
추장관은 위 훈령을 거부사유로 내세웠으나 위 훈령에도 제출하여야 할 경우(동 훈령 제6조)가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훈령을 들어 상위의 법령인 국회법에 의거한 제출 요구를 법무부가 거부할 수는 없다. 추장관의 이 거부사유에 대하여는 여러 곳으로부터 궁색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추장관은 잘못된 관행 운운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도 들먹였다.
이 원칙은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이 선입견을 가지고 피의자, 피고인을 수사, 재판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원칙이지, 기소당한 피고인을 국민들과 언론에게 죄를 지은 사람으로 의심하지도 말라는 원칙은 아니다. 국가공무원법에도 임용권자가 기소 당한 공무원을 직위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들어 있다(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 3). 일반 국민도 기소 당한 피고인을 그렇지 않은 사람처럼 대우할 수는 없다. 기소 당하기 전의 피의자 중에서는 혐의 없음이라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받는 인원수가 상당수 있지만, 기소 당한 피고인 중에서는 무죄판결을 받는 인원수는 극소수이다. 1%도 안 된다. 검찰이 거의 모든 사건을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후 기소하기 때문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공소장의 공개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위에서 말한 대로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다. 더욱이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모두고위 공직자들이고. 그들의 범죄 사실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적 범행이 아니고 공적 범행이다. 국민의 알 권리가 당연히 우선되어야 한다.
추장관은 거부사유로 미국의 제도를 내세우기도 하였다. 미국에서는 법원에서 첫 재판이 열릴 때에 비로소 공소장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검찰은 중요한 사건의 경우 공소의 제기에 앞서 대배심(grand jury)의 심의를 거친다. 우리나라 검찰에는 그런 제도가 없고, 법원에서 특별한 사건의 경우 배심원을 참여시키는 제도가 있다. 추장관은 미국의 검찰제도에 배심 운운하는 표현을 보고 아마도 법원에서 심의할 때에 비로소 공개하는 것으로 오해한 듯싶다. 추장관의 주장은 미국의 제도를 잘 모르고 내놓은 엉뚱한 주장이다.
그가 3쪽 자리 요약서를 작성하여 보낸 즉후 동아일보가 어떤 경로를 통하여서인지 공소장 전문을 입수하여 공개하였다. 어차피 이 공소장은 그리 멀지 않은 시일에 공개될 것인데, 추장관이 그 시일을 늦추어 보려고 애썼으나 바로 다음날 공개되어 버린 것이다. 이 공소장에는 2018.6.13. 시행된 울산시장 선거에 문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하여 청와대의 비서관들, 송후보, 울산경창청장 등이 어떤 부정을 저질렀는지가 낱낱이 들어나 있다. 추장관의 공소장 제출 거부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고 한 처사였다. 톡톡히 망신을 당하였다. 추장관의 일련의 행위는 청와대의 바람막이 노릇을 하려고 그가 장관직에 오른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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