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草 斷想 21-9회, 어리석은 정치
2021. 6. 26(토)
文 會 穆
全筆家
拙政을 어떻게 해석할까
중국 강소성 소주로 여행하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 있다. 소주의 留園, 북경의 頤和園, 承德의 離宮과 함께 중국 4대 정원으로 꼽히는 拙政園이다.
拙政園이란 원래 당대 대부호인 육구몽이 살았다는 저택과 원대부터 내려온 대흥사라는 절터를 명대 어사를 지낸 왕헌신(王憲臣)이 사들여 1509년부터 1522년까지 3년 동안 화가로 하여금 정원을 그리게 하고, 13년 동안이나 정원 공사를 하였다고 하니, 정원의 건설에 총 16년이나 걸린 것이다. 그러나 정작 왕헌신은 이 정원에서 3년 밖에 살지 못하였다.
심혈을 기울여 걸작품을 만들었지만 그가 죽자 아들이 도박으로 하룻밤 사이에 다 날려버린 정원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글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청나라 광희황제가 방문한 곳으로 유명하며, 紅樓夢은 바로 졸정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손권이 자기 어머니를 위해 만든 北寺塔을 졸정원과 어울려 하나의 정원 안에 있는 것처럼 만들어 園林 문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拙政園의 拙政은 拙者之爲政(어리석은 사람이 정치를 한다)에서 따온 것이다. 西晋 시대의 문학가인 반악(潘岳)이 지은 閑居賦에서 灌園鬻蔬 以供朝夕之膳 是亦拙者之爲政也라는 글귀가 나온다. 정원에 채소를 심고 물을 주고 가꾸어서 아침 저녁 소박한 밥상을 마련하는 것이 또한 어리석은 내가 정치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한 집안을 건사하며 소박하게 사는 것도 관직에 이름을 걸고 정치하는 것 못지 않다는 뜻이다.
관직에서 밀려난 후 소주에 자리를 잡아 자신의 꿈대로 정원 겸 자택을 지어 신선 같은 삶을 즐기면서 과거 자신의 정치생활을 되돌아보니, 지난날의 정치가 허망하고, 정치를 하는 이들은 拙者의 정치를 했구나라고 후회한 것 같다.
졸정원의 정원은 계속 바뀌었지만, 이 정원을 소유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을 누리지 못했다. 재미있는 일화는 拙政園의 拙을 파자하면 手(손)과 出(나간다)인데. 왕헌신이 점을 보러 갔다가,‘拙’을 선택하니 점쟁이가 ‘손을 흔들면 나간다’고 말하였다. 점쟁이의 뜻은 몸을 움직이면 몸속의 병마가 사라진다는 뜻이었으나, 후일 왕헌신의 아들은 손을 흔드는 노름에 빠져 노름빚으로 졸정원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새로 머물 곳으로 경남 양산시 통도사 인근 평산 마을을 택했다. 사저의 이름으로 拙政臺로 할까, 卒政臺로 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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