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8(수)
安民硏究所長
文 會 穆
온갖 좋은 말로 昏君을 칭송하다
왕조시대의경우, 임금에 대한 평가는 諡號에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설명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니 그러려니 하고 읽는 것이 좋다.
중국 명나라가 天子의 나라로서 제후들의 시호를 내릴 때, 유명증시(有明贈諡), 사호(賜號), 묘호(廟號), 시호(諡號), 대왕(大王)의 순으로 썼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경우는 ‘유명증시강헌태조지인계운성문신무대왕(有明贈諡康獻太祖至仁啟運聖文神武大王)’이다. ‘유명증시 강헌’은 명나라가 보내 준 시호가 ‘康獻’이란 말이다. 시호에 쓰는 글자에는 나름의 뜻이 있다. 예컨대 ‘康’은 백성을 어루만져 편하고 즐겁게 했다(撫民安樂), ‘獻’은 선을 실천하여 기록할 만하다(行善可記)라는 뜻이다. 특기할 사실은 청나라가 보내 준 시호는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종대왕의 경우, ‘유명증시장헌세종영문예무인성명효대왕(有明贈諡莊憲世宗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이다. ‘世宗’은 우리가 붙인 묘호이고 ‘莊憲’은 명나라가 준 사호이다.
이 밖에 임금의 업적과 공덕을 찬양하기 위한 ‘尊號’라는 것도 있다. 임금이 훌륭하면 얼마든지 칭송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가당찮은 ‘존호’가 곧잘 붙었다는 사실이다.
선조의 시호는 유명증시소경선조정륜입극성덕홍렬지성대의격천희운계통광헌응도융조이모수유 광휴연경현문의무성예달효대왕(有明贈諡昭敬宣祖正倫立極盛德洪烈至誠大義格天熙運啓統光憲凝道隆祚貽謨垂裕廣休延慶顯文毅武聖睿達孝大王)’이다. 여기서 계통광헌응도융조(啓統光憲凝道隆祚)와 이모수유광휴연경(貽謨垂裕廣休延慶)이 존호이다. 실록에 의하면 선조는 존호를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였는데 너무 길어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선조가 무슨 공이 있어서 태조나 세종보다 더 어마어마한 칭송을 받았는가.
인조도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임금으로 선조에 뒤지지 않는다. 인조가 받은 시호도 선조 못지 않다. 1649년 효종은 즉위년에 ‘仁祖’라는 廟號를 올리고, 시호는 여러 차례 개정 끝에 ‘헌문열무명숙(憲文烈武明肅)’이라 정했다.
諡法으로 뜻을 풀이하면 ‘선한 사람을 상주고 악한 사람을 벌하는 것이 헌(憲), 자애로운 은혜로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文, 德을 지키고 王業을 높인 것이 열(烈), 임금의 자리를 편안히 잘 지키며 공을 이룬 것을 武, 사방을 밝게 비춘 것이 明, 몸을 바르게 하여 아랫사람을 다스리는 것이 肅’이다. 알맹이 없는 현란한 수사가 오히려 조롱거리가 아니겠는가. 누군가는 仁祖가 아니라 惡祖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백성들아, 지금 우리는 조선 태종조와 세종조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찬양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여시어 백성을 기쁘게 하시고
적폐청산으로 나라를 깨끗이 청소하시고
영화 한 편 보고 핵 위험의 공포를 사라지게 하시고
권력의 횡포를 막아 백성을 안전케 하시고
일자리 없는 자에게 일자리, 집 없는 자에 집을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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