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草 斷想 21-67회, 그게 하자가 아니라고
2021. 12. 10(금)
愚草 文 會 穆
全 筆 家
한국 정치인은 수준 이하라고 고백
흠이 없다는 뜻인 완벽完璧과 그 반대되는 뜻인 하자瑕疵는 어원은 동일하다. 모두 중국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외교가라 알려진 진나라 인상여藺相如의 일대기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다.
기원전 3세기 중국 전국시대의 최강국이던 진나라는 약소국인 조나라에 천하제일의 보석인 화씨벽 和氏璧을 넘겨주면 전쟁에서 빼앗은 15개성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조나라 조정은 화씨벽을 진나라에 바치자는 화친파와 줘선 안 된다는 강경파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명운을 걸고 인상여가 사신이 되길 자청해 화씨벽을 들고 진나라로 들어간다.
인상여는 먼저 화씨벽을 진나라 소양왕에게 바쳤지만, 그가 약조한 15개 성을 돌려줄 마음이 전혀 없음을 알게 되자, 화씨벽에는 남들이 잘 모르는 하자가 있는데 알려주겠다고 잠깐 보여달라고 계책을 쓴다. 의심없이 소양왕이 화씨벽을 넘겨주자 인상여는 약조대로 성을 돌려주지 않으면 화씨벽을 깨트려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이후 화씨벽을 비밀리에 조나라로 다시 돌려보낸 인상여는 소양왕에게 이미 화씨벽은 조나라로 돌아갔으며 자신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밝혔고, 그를 죽여 봤자 천하의 웃음거리만 되게 생긴 소양왕은 그를 살려줬을 뿐만 아니라 선물까지 함께 보냈다.
화씨벽과 얽힌 이 인상여의 일대기는 무사히 화씨벽을 조나라로 가져왔다하여 완벽귀조 完璧歸趙라 불렸고, 완벽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아무리 약소국이라 해도 치밀하고 담대한 전략을 펼치면 강대국과의 외교전에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역사적 사례로 남은 셈이다.
참고로 완벽의 고사에 화천대유火天大有가 나온다. 인상여가 진나라로 떠나기 전, 점을 봤는데 그때 나온 점괘가 화천대유였다고 한다. 주역 64괘 중에서도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는 길운을 상징한다는 이 말은 이후 완벽한 외교적 승리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21세기 한국에서 화천대유의 의미는 크게 바뀐 상태다. 현재 시끄러운 화천대유는 정계와 얽힌 검은 돈과 부정부패의 상징처럼 쓰이고 있다. 좋은 말이 사용하기에 따라 이렇게 더러운 말로 변하기도 하다.
11월 19일 희대의 훈수꾼, 한 인물이 또 다시 등장했다. 자신이 거물인양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해 품평을 했다. 이재명은 ‘이런저런 작은 오류는 있었을지 모르나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 만큼의 하자는 없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 인물이 정치권에서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번 평가에 대해 두 가지만 지적한다.
이재명의 작은 오류, 하자 등을 언급했는데 이런 자가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으니 나라꼴이 어떻겠는가. 최고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정치인 특히 대선후보에 그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 자체가 대한민국 정치권이 형편없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재명을 생존자라고 마치 인간승리 같은 평가를 하는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인간수업을 더하고 정치평론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되는 진화론을 실천하는 모양이다.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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