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생의 즐거움으로 하는 선사연 최길영회원의 독후감을 소개합니다.
강남독후감공모전(일반부)에서 장원을 하였답니다. <창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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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우연일까 필연일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우리 인생이 우연일까 필연일까. 참 어려운 문제다. 우연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소설 속에서 토마시와 테레자의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토마시가 테레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6번의 우연이 연속으로 존재해야 했고, 테레자가 토마시를 만나기 위해서는 7번의 우연의 일치가 필요했다면, 토마시와 테레자의 만남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6×7=42번의 우연이 연속으로 존재해야 했다. 이것을 확률로 계산하면 그 가능성은 무(無)에 가깝다. 그런데도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연’(Es muss sein.)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필연이라면 ‘필연적으로 그 사건이 일어나야만 할’ 합당한 이유(원인)가 있어야 한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어야 한다. 인과(因果)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토마시가 테레자를 운명(필연)적으로 만나야 했다(果)면 그 원인(因)이 있어야 한다. 그 원인을 찾으려면 전생(前生)이 있어야 하고, 전생의 업(業)에 의해서 현생(現生)에서의 ‘토마시와 테레자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전생의 업으로 인해 현생이 있고, 현생의 업에 의해 후생(後生)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 - 현생 - 후생>이라는 윤회(輪廻)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끝없이 생(生)과 사(死)를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인생관에 의하면 후생에 어떤 삶을 사느냐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자기 책임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착하게 살아야 하고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규범을 지키면서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 운명의 짐이 너무 무겁다.
테레자가 토마시 말고도 얼마든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즉 테레자의 사랑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었다(Es koennte auch anders sein.)고 생각한다면, 토마시와 테레자의 만남은 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우연’에 불과하다. 토마시와 테레자의 만남에는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다. 우연히 발생하는 단 한번밖에 없는 일회성(一回性) 사건에 불과하다. 인생이 우연이라면 인생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인생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은 오직 한 번뿐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어보지 못하고,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것도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고,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르듯이” 인간은 자기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다시는 번복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길이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다. 그리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 단 한번으로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오이디프스는 그가 죽였던 남자가 자기 아버지였고 그가 동침했던 여자가 자기 어머니였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뒤늦게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 책임을 느끼고 바늘로 자기 눈을 찌르고 영원히 장님이 되어 테베를 떠났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아버지를 죽였고 어머니와 동침했다’는 일회성 사건이 번복될 수는 없다.
“인생이란 한 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테레자와 함께 바텐더로 일하는 전직(前職) 대사(大使)가, 변두리 호텔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과거에 대사로 활동했던 시절에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옛날에 이미 끝나버린 일이다. 그리고 그가 죽으면 그가 대사였던 바텐더였던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죽음과 함께 존재 자체도 사라져버리는데.
인생이 우연이라면, 인생이 너무 가볍고 무의미하다. 인생이 필연이라면, 인생이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나와 아내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도서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著, 이재룡 譯, 민음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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