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세계화 연구의 절박성
신부용: KAIST 문화과학대학 한글공학연구소장
한글 세계화라 하면 많은 이들이 좋은 생각이다. 한글은 쉽고 어떤 발음이든지 표기할 수 있으므로 글자 없는 나라에 보급하면 좋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 그런 한가한 얘기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한글 세계화 연구를 안하면한글의 진가를 뺏기고 우리는 얻어 써야 하는 입장이 될 것이다. 시급한 문제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한글은 이미 3개국이 공식적으로 쓰고 있는 국제 문자라는 것이다. 바로 우리, 북한, 그리고 중국이다. 중국이 한글의 기술적 종주국이 될 가능성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비는 고사하고 아는 사람조차 별로 없는 것 같아 더 걱정이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 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 중 조선족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언어는 한어(보통화, 북경어 혹은 만다린), 티베트어, 위그르어, 몽골어, 조선어 5개뿐이다. 8천만이 쓰는 광동어를 비롯해 수천만이 쓰는 객가어, 민남어(대만어), 오어(吳語), 상어(湘語),간어 등도 서로 통하지 못하는 거의 독자적 언어이지만 정부의인정을 받지 못하고 200 여 만 조선족이 쓰는 조선어는 엄연한 공식언어로 대접 받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지역적으로 보면 조선어를 쓰는 사람이 한어 다음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중국 국민이 제일 많이 배우는 언어도 조선어라 한다. 중국내 200여개의 대학에 조선어 강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정부로서는 조선어 사용법이나 특히 전산처리에서 표준화가 필요할 것이다. 우선 입력 자판을 표준화하려고 3년 전 한국과 북한이 표준을 만들어 주면 중국은 받아쓰겠다고 양국의 학회를 통해 알려왔다. 한국 언론은 이를 ‘중국의 한글 공정’ 이라고 표현하여 SNS 대표 주자들이 나서서 나라가 들썩 들썩할 정도로 중국을 매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별로 없었다. 이제 중국정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하여 지난 7월 ‘전국정보기술표준위원회 조선문 국가급 작업반’을 구성하고 중국 조선어 정보학회 회장(연변대 교수)을 부조장으로 임명하여 작업에 착수 했다. 북한은 이미 대표단을 파견하여 협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정부에 공식적으로 통보하였는지 필자로서는 아는바가 없지만 우리 정부의 반응 역시 알지 못하고 있다. 머뭇거리다가 북한과 중국이 합의하여 표준을 만들고 국제적으로 등록 한다면 우리 기술은 중국에 수출도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의 국어 정책은 참으로 딱하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재야’학자들이 수십년 전부터 외래어 표기법을 개방하여 r, f, v, 등 외국어 발음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쌈싸우듯 제안했지만 오히려 국어 기본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일제시대 틀이 잡힌 우리 맞춤법을 고수하고 있다. 나라 밖에서 어찌 우리를 빼놓고 한글의 표준을 만들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중국 정부가 5개 공식 언어인 조선어에 대한 국내 표준을 만든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요, 그 기본을 종주국인 한국과 북한의 표준안을 따르려 하는데 한국이 불참하여 북한과 합의했다 고 하면 무어라 할 것인가 참으로 걱정 된다.
한글 세계화의 절박성은 이것만이 아니다.
다행히 창조적인 연구를 중시하는 정부가 들어섰다. 이제라도 한글이라는 거대한 연구분야에 정부가 닫힌 문을 열고 세계를 향한 연구를 시작해 주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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