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열정, 자기 주도 학습 능력 같은 잣대가 대학 입시에 중요해지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나타난 신종 강박증이 '조기 진로 선택' 스트레스다.
서울의 한 명문대 교수가 입시 면접 때 경험한 얘기다. "왜 식품공학과를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지원 학생이 "여섯 살 때부터 식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하는 걸 듣고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감사원이 실시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는 고1 때 '의사'로 학생부 진로희망란에 써놨던 것을 나중에 교사가 '과학자'로 고쳐준 것이 적발됐다. 이 학생이 생명과학과를 지망하자 학과에 맞춰 진로 희망을 수정해준 것이다. 대입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학생부를 수정하다 적발된 217건 가운데 58명이 이런 경우에 해당됐다.
좋아하는 선생님만 생겨도 관심 과목이 달라지는 10대 나이에, 광속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장래 희망이나 관심사는 계속 바뀔 수밖에 없는 '변수(變數)'다. 한데 우리나라 10대들은 입시 앞두고 꿈이 바뀌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며 산다. 대학 입시에서 '전공 적합성'에 높은 비중을 두고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진로 빨리 정하고 걸맞은 스펙을 쌓아야 입시에 유리하다'는 생각에 다른 분야 기웃거리는 지적(知的) 방황은 엄두도 못 내는 세대다. 고1이 '경제 동아리' 말고 '미술 동아리' 들어가면 경제학과 가는 데 불리할까 봐 조바심치며 동아리 활동도 입시에 맞춰 선택하는 현실이다.
가뜩이나 대학 입시를 겨냥해 진로를 빨리 정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강한데, 교육부가 진로 교육을 거들겠다고 나섰다. 중학교 1학년 또는 2학년 한 학기 동안은 시험 안 치르고 공부 부담 덜어주면서 진로 탐색할 시간을 주겠다는 '자유학기제'도 도입한다. 취지는 좋은데 교육 당국이 탁상행정 버릇을 못 벗고 있으니 성공을 장담하기가 어렵다.
자유학기제는 시범 실시를 거쳐 2016년 전국 3200개 중학교에 전면 도입된다. 교육부 계획안에는 학교마다 학기당 두 차례 이상 전일(全日) 진로 체험을 하는 모형도 있다. 만약 전국 중학교의 4분의 1이 전일 진로 체험을 채택한다고 가정하고, 학생들 관심사 따라 학교마다 10개 팀씩으로만 나눠도 대략 1만6000회의 기업체나 기관 방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는 총 1만6000개. 100인 이상 사업체 전체가 중학생들에게 진로 체험을 시켜줘야 하는 규모와 맞먹는다.
자유학기제를 전면 도입하기에 앞서 교육부는 올해 전국 중·고등학교에 6시간씩의 진로 체험 교육을 하라고 지시 내렸는데 학교마다 진로 체험할 곳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자유학기제로 시행하는 진로 교육이 얼마나 실효성 있고 내실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아이의 대학 진학을 위해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 재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유학기제라는 교육적 실험도 비슷하게 돈·정보·무간섭의 삼박자가 필요하다. 교육 당국이 그걸 다 제공해야 한다는 점만 다르다. 교사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와 정보를 풍부하고 흥미롭게 구축해야 하고, 학교마다 예산과 인력도 든든히 지원해주면서 '4시간은 안 되고 6시간씩 진로 체험해야 한다'는 식의 잔소리는 삼가야 한다. 교육 당국이 규제 마인드를 벗고, 학교에 자율권을 주면서 서비스 마인드로 뒷바라지하고 기다려야 꽃필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적 실험이다.
서울의 한 명문대 교수가 입시 면접 때 경험한 얘기다. "왜 식품공학과를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지원 학생이 "여섯 살 때부터 식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하는 걸 듣고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감사원이 실시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는 고1 때 '의사'로 학생부 진로희망란에 써놨던 것을 나중에 교사가 '과학자'로 고쳐준 것이 적발됐다. 이 학생이 생명과학과를 지망하자 학과에 맞춰 진로 희망을 수정해준 것이다. 대입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학생부를 수정하다 적발된 217건 가운데 58명이 이런 경우에 해당됐다.
좋아하는 선생님만 생겨도 관심 과목이 달라지는 10대 나이에, 광속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장래 희망이나 관심사는 계속 바뀔 수밖에 없는 '변수(變數)'다. 한데 우리나라 10대들은 입시 앞두고 꿈이 바뀌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며 산다. 대학 입시에서 '전공 적합성'에 높은 비중을 두고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진로 빨리 정하고 걸맞은 스펙을 쌓아야 입시에 유리하다'는 생각에 다른 분야 기웃거리는 지적(知的) 방황은 엄두도 못 내는 세대다. 고1이 '경제 동아리' 말고 '미술 동아리' 들어가면 경제학과 가는 데 불리할까 봐 조바심치며 동아리 활동도 입시에 맞춰 선택하는 현실이다.
가뜩이나 대학 입시를 겨냥해 진로를 빨리 정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강한데, 교육부가 진로 교육을 거들겠다고 나섰다. 중학교 1학년 또는 2학년 한 학기 동안은 시험 안 치르고 공부 부담 덜어주면서 진로 탐색할 시간을 주겠다는 '자유학기제'도 도입한다. 취지는 좋은데 교육 당국이 탁상행정 버릇을 못 벗고 있으니 성공을 장담하기가 어렵다.
자유학기제는 시범 실시를 거쳐 2016년 전국 3200개 중학교에 전면 도입된다. 교육부 계획안에는 학교마다 학기당 두 차례 이상 전일(全日) 진로 체험을 하는 모형도 있다. 만약 전국 중학교의 4분의 1이 전일 진로 체험을 채택한다고 가정하고, 학생들 관심사 따라 학교마다 10개 팀씩으로만 나눠도 대략 1만6000회의 기업체나 기관 방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는 총 1만6000개. 100인 이상 사업체 전체가 중학생들에게 진로 체험을 시켜줘야 하는 규모와 맞먹는다.
자유학기제를 전면 도입하기에 앞서 교육부는 올해 전국 중·고등학교에 6시간씩의 진로 체험 교육을 하라고 지시 내렸는데 학교마다 진로 체험할 곳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자유학기제로 시행하는 진로 교육이 얼마나 실효성 있고 내실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아이의 대학 진학을 위해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 재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유학기제라는 교육적 실험도 비슷하게 돈·정보·무간섭의 삼박자가 필요하다. 교육 당국이 그걸 다 제공해야 한다는 점만 다르다. 교사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와 정보를 풍부하고 흥미롭게 구축해야 하고, 학교마다 예산과 인력도 든든히 지원해주면서 '4시간은 안 되고 6시간씩 진로 체험해야 한다'는 식의 잔소리는 삼가야 한다. 교육 당국이 규제 마인드를 벗고, 학교에 자율권을 주면서 서비스 마인드로 뒷바라지하고 기다려야 꽃필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적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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