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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소개> 교육 관료가 사는 법
  • 작성자 : 창강
  • 작성일 : 2014.04.05
  • 조회수 : 9192

교육 관료가 사는 법 

글쓴이 / 안석배 <2014. 04 03>

교육부가 새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문장이 있다. '행·재정적 지원과 연계하겠다.' 새 입시 정책을 발표하고, 사교육 대책을 도입하고,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브리핑할 때 기자들은 교육부 관료로부터 이 말을 되풀이해서 듣게 된다. '행·재정적 제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요약하면 "교육부 말대로 안 하면 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이 줄고, 정부 인허가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라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정책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2007년에도 그랬다. 당시 대학들과 교육부는 입시안을 놓고 힘겨루기 중이었다. "내신 반영 비율을 50%에 맞추라"는 교육부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명령을 따를 수 없다"는 대학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교육부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는 그해 9월에 나왔다. 대학 담당 국장은 기자 브리핑을 열고 "정부 입시안을 따르지 않는 대학은 행·재정 지원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때는 정부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대학 선정 작업을 남겨놓고 있었다. "괜히 교육부의 심기를 건드리면 로스쿨 선정에서 떨어진다." 대학가에 갑자기 괴담(怪談)이 돌았다.

2009~2012년에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느라 바빴다.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에 예산 지원을 늘리겠다고 하니 대학마다 입시안을 뜯어고쳤다. 준비 없이 시행된 이 제도로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요즘 대학들은 눈치작전 중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입학 정원을 얼마나 줄인다고 교육부에 보고해야 하느냐"고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교육부 예산 지원 사업인 '특성화 대학' 선정이 진행 중인데 주요 평가 요소가 '정원 감축 계획'이다. 학생을 많이 줄이겠다고 신고하면 정부 지원을 받는 데 유리하다. 부실(不實) 대학을 놔두고 멀쩡한 대학의 정원부터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발상에 교육계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는 계속 힘을 키워나갈 듯하다. 교육 예산이 늘면 현장으로 내려갈 돈이 많아지고, 간섭할 거리도 늘어난다. 올해 교육부 예산은 54조원으로 10년 전인 2004년(26조원)보다 2배로 늘었다. '공교육을 살리자'며 교육 예산을 늘려놨는데 학교들은 "교육부 때문에 못살겠다"고 난리다. 반면 규제는 퇴직 관료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2000년 이후의 교육부 차관 14명 중 9명이 대학 총장이 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청사 회의실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시도 부교육감 앞에 섰다. "이 자리는 숨은 규제를 찾아내자는 취지로 마련했습니다.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은 고쳐야 합니다. 수요자 관점에서 어떤 규제가 있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의견을 모읍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강조하자 교육부가 마련한 자리였다. 앞으로 교육 규제는 줄어들까? 솔직히 못 믿겠다. 서 장관이 지난 2007년 교육부 차관 시절, 대학들 앞에서 정부 입시안을 강요할 때의 모습이 너무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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