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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소개> 편치 않은 스승의 날
  • 작성자 : 창강
  • 작성일 : 2015.05.19
  • 조회수 : 11033

편치 않은 스승의 날  김태익 조선닷컴 논설위원     

  

아버지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다. 그때도 스승의 날은 있었지만 들어오는 것도 없었고 나가는 것도 없었다. 아버지는 어느 해 2월 양말 두 켤레를 초등학생 아들 손에 쥐여주며 담임 선생님께 갖다드리라고 하셨다. "'잘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씀드려라." 그리고 덧붙였다. "학기 초보다 학년 말에 드리는 게 더 마음이 담긴 것이다." 변변찮은 선물을 받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시던 선생님 모습이 선하다.

▶그때는 학부모가 학교를 찾는 일 자체가 드물었다. 오히려 선생님이 학기 초면 아이들을 여럿 데리고 가정방문을 다니셨다. 그래도 아무 뒷말이 없었다. 선생님은 스승의 날 가슴에 달아드리는 카네이션 한 송이에 그렇게 기뻐하셨다. 선생님 책장엔 얇은 월급 봉투를 쪼개 사놓은 공책이 수북이 있었다. 공부를 잘하거나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 상으로 주셨다. 아이들은 공책을 한 권이라도 더 받으려고 알게 모르게 노력을 했다. 선생님이 상을 주고 벌을 내리는 데 선물이 작용한 적은 없었다고 믿고 있다.


	[만물상] 편치 않은 스승의 날
▶어제 스승의 날 풍경을 전하는 기사들을 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서울 시내 초·중·고교 가운데 스승의 날을 끼고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를 떠난 학교가 쉰 곳에 이르렀다고 한다. 촌지나 선물을 감시하는 당국 눈길이 매서워지면서 학부모 방문이나 선물이 부담스러운 선생님들이 아예 학교를 비운 것이다. 부산에선 열 곳 넘는 중·고교가 임시 휴교하거나 체험학습을 했다. 자신이 주인공인 날 이것저것 신경 쓰고 께름칙한 하루를 보낸 선생님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임용된 지 2년 된 새내기 초등학교 선생님을 알고 있다. 그는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선생님들은 학기 초 학부모 상담 주간 때부터 교육 당국 엄포에 시달렸다. 심지어 함정 단속을 한다는 말을 듣고 학부모로부터는 음료수 한 잔, 과자 한 조각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2학년 담임인 그는 어제 아이들한테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쓰라고 했다"고 한다.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한 것은 1965년부터다.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할 날이 요즘 들어선 선생님이 마음앓이를 하는 날이 됐다. 선생님들이 갖고 오지 말라는데 기어코 선물을 하려는 부모 마음에는 많은 경우 이기적 목적이 깔려 있다. 그것은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보다는 "잘 부탁합니다" 쪽에 가깝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돈으로 대체할 수 있고 선생님의 사랑을 물질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교육 현장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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